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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영어를 함께

에스파 vs 르세라핌 도깨비불 Blue Flame 감상 비교 리뷰

by 영어마이닝 2022. 10. 20.

평소에도 아이돌 노래를 참 즐겨 듣는데요. 오늘 셔플 모드로 노래를 듣는데 에스파의 <도깨비 불>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어라? 다음곡으로 르세라핌의 <Blue Flame> 재생되는데, 그때 두 곡이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한 노래라는 걸 깨달았죠!!! (이제서야...)

그래서 두 곡을 가사 위주로 비교한 제 감상평을 여기에 적어보려고 합니다.

 

will-o'-the-wisp가 뭐지?

도깨비 불(will-o'-the-wisp)은 서양 민담(folklore)에서 유래했습니다. 야밤에 특히 숲속을 지나는 여행객들을 놀래키고 유인하는 유령 같은 불꽃을 지칭하는 단어죠. 도깨비 불은 초자연적(paranormal, supernatural) 현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람들은 도깨비 불을 유령, 요정 등 신비한 존재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현대에 들어서는 과학적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려고도 했다는데, 저는 이해가 안 가서 pass.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paranormal과 supernatural이란 단어도 챙기고 갑시다 ㅎㅎ. para-는 super-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넘는, 초월하는'이란 뜻을 가집니다. normal을 뛰어넘는 paranormal이 왜 '초자연적'이라는 뜻을 갖게 됐는지 이해하셨죠~?

에스파의 <도깨비 불 (Illusion)>
 
도깨비불 (Illusion)
아티스트
aespa
앨범
Girls - The 2nd Mini Album
발매일
1970.01.01

수록곡 맛집 스엠의 기량을 여실히 보여준 노래였죠. 저도 처음 듣자마자 홀딱 반했습니다. 마치 도깨비 불에게 유인되듯 들었죠. 후렴구에 살랑살랑 불꽃처럼 흔들어대는 안무도 한몫 제대로 했습니다.

이 노래를 딱 듣고, '와, 몽환적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프리코러스 부분인 "몽롱한 기분이 좋은 tonight/ 색다른 세계로 이끄는 light"가 상당히 신비롭고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죠.

이 노래의 영어 제목이 "illusion"인 것도 납득이 갔습니다. 에스파가 그동안 구축해 왔던 멀티버스 세계관, 현실과 가상(광야와 그 너머의 세계?)의 어떤 연결, ae와 나와의 관계성에서 딱 illusion이란 말이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illusion"은 "in- + ludere"의 어원 구조를 갖습니다. "in-"은 "against, ~에 대항하여"라는 의미를, "ludere"는 '놀다, 유희'의 뜻을 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누군가를 속이고 농락하는 겁니다. 그래서 '환상, 환각, 오해'라는 뜻을 갖게된 겁니다.

에스파의 <도깨비 불>을 보면, 이 가사의 화자가 도깨비 불이라고 생각됩니다. "Follow me, come and get illusion", "겁내지 말고, 이리 온"과 같은 구절에서 듣는 이를 유혹하고 있죠. 유혹이 성공하면 그를 집어 삼킵니다. 내 배(tummy) 속에 있는 네가 맛있다(yummy)고 하는 부분도 재밌습니다.

코러스 부분은 잘 들어보면 볼륨이 점점 커집니다. 멋익감을 유혹해서 배를 불리고 몸집이 커지는 모습을 음량을 조절해서 나타내다니, 정말 혀를 내둘렀습니다.

 

르세라핌의 <Blue Flame>
 
Blue Flame
아티스트
LE SSERAFIM (르세라핌)
앨범
FEARLESS
발매일
1970.01.01

르세라핌의 <Blue Flame>은 에스파의 <도깨비 불>과 컨셉이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게 흥미로웠습니다. 그 이유는 에스파는 자신이 도깨비 불이었다면, 르세라핌은 자신이 도깨비 불에게 홀리는 먹잇감(?)이 되기를 자처하기 때문입니다.

르세라핌은 어둠 속 "푸른 호기심에" 완전히 홀립니다. 이 뜨거운 푸른 불꽃으로 인해 "무료했던 날이 제법 아름다워"진답니다. 가만 보면 <ANTIFRAGILE>을 봐도 그렇고, 르세라핌은 불꽃, 타오르는 이미지, burning을 참 좋아합니다. 이번 <Antifragile>에서 "더 부어 gasoline on fire/ 불길 속에 다시 날아 risin'"이란 부분 기억나시죠?

이 불꽃은 르세라핌 서사에서 "desire"와 연결되나 봅니다. 르세라핌은 저 아름답게 타오르는 불꽃이 "faction"(거짓, 허구)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입니다. 여담으로, "faction"에서 "fac-"은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manufacture(제작/제조하다)"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세요! 아무튼 르세라핌은 자기의 열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2번째 미니앨범의 스토리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네요!


에스파와 르세라핌, 쟁쟁한 4세대 걸그룹들입니다. 이 둘이 수록곡에서 같은 소재로 만나다니, 참 흥미로운 우연이었습니다. 더 흥미로웠던 건, 에스파는 자신들이 도깨비 불이였고, 르세라핌은 도깨비 불에게 홀리는 대상이었다는 것. 마치 서로 맞춘 듯말입니다. 세계관 대통합이려나요?

<Blue Flame> 하니깐 아스트로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ㅎㅎ. 그러면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