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아이돌 노래를 참 즐겨 듣는데요. 오늘 셔플 모드로 노래를 듣는데 에스파의 <도깨비 불>이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어라? 다음곡으로 르세라핌의 <Blue Flame> 재생되는데, 그때 두 곡이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한 노래라는 걸 깨달았죠!!! (이제서야...)
그래서 두 곡을 가사 위주로 비교한 제 감상평을 여기에 적어보려고 합니다.
will-o'-the-wisp가 뭐지?
도깨비 불(will-o'-the-wisp)은 서양 민담(folklore)에서 유래했습니다. 야밤에 특히 숲속을 지나는 여행객들을 놀래키고 유인하는 유령 같은 불꽃을 지칭하는 단어죠. 도깨비 불은 초자연적(paranormal, supernatural) 현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람들은 도깨비 불을 유령, 요정 등 신비한 존재로 생각했다고 하네요. 현대에 들어서는 과학적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려고도 했다는데, 저는 이해가 안 가서 pass.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paranormal과 supernatural이란 단어도 챙기고 갑시다 ㅎㅎ. para-는 super-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넘는, 초월하는'이란 뜻을 가집니다. normal을 뛰어넘는 paranormal이 왜 '초자연적'이라는 뜻을 갖게 됐는지 이해하셨죠~?
에스파의 <도깨비 불 (Illusion)>
- 아티스트
- aespa
- 앨범
- Girls - The 2nd Mini Album
- 발매일
- 1970.01.01
수록곡 맛집 스엠의 기량을 여실히 보여준 노래였죠. 저도 처음 듣자마자 홀딱 반했습니다. 마치 도깨비 불에게 유인되듯 들었죠. 후렴구에 살랑살랑 불꽃처럼 흔들어대는 안무도 한몫 제대로 했습니다.
이 노래를 딱 듣고, '와, 몽환적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프리코러스 부분인 "몽롱한 기분이 좋은 tonight/ 색다른 세계로 이끄는 light"가 상당히 신비롭고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죠.
이 노래의 영어 제목이 "illusion"인 것도 납득이 갔습니다. 에스파가 그동안 구축해 왔던 멀티버스 세계관, 현실과 가상(광야와 그 너머의 세계?)의 어떤 연결, ae와 나와의 관계성에서 딱 illusion이란 말이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illusion"은 "in- + ludere"의 어원 구조를 갖습니다. "in-"은 "against, ~에 대항하여"라는 의미를, "ludere"는 '놀다, 유희'의 뜻을 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누군가를 속이고 농락하는 겁니다. 그래서 '환상, 환각, 오해'라는 뜻을 갖게된 겁니다.
에스파의 <도깨비 불>을 보면, 이 가사의 화자가 도깨비 불이라고 생각됩니다. "Follow me, come and get illusion", "겁내지 말고, 이리 온"과 같은 구절에서 듣는 이를 유혹하고 있죠. 유혹이 성공하면 그를 집어 삼킵니다. 내 배(tummy) 속에 있는 네가 맛있다(yummy)고 하는 부분도 재밌습니다.
코러스 부분은 잘 들어보면 볼륨이 점점 커집니다. 멋익감을 유혹해서 배를 불리고 몸집이 커지는 모습을 음량을 조절해서 나타내다니, 정말 혀를 내둘렀습니다.
르세라핌의 <Blue Flame>
- 아티스트
- LE SSERAFIM (르세라핌)
- 앨범
- FEARLESS
- 발매일
- 1970.01.01
르세라핌의 <Blue Flame>은 에스파의 <도깨비 불>과 컨셉이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게 흥미로웠습니다. 그 이유는 에스파는 자신이 도깨비 불이었다면, 르세라핌은 자신이 도깨비 불에게 홀리는 먹잇감(?)이 되기를 자처하기 때문입니다.
르세라핌은 어둠 속 "푸른 호기심에" 완전히 홀립니다. 이 뜨거운 푸른 불꽃으로 인해 "무료했던 날이 제법 아름다워"진답니다. 가만 보면 <ANTIFRAGILE>을 봐도 그렇고, 르세라핌은 불꽃, 타오르는 이미지, burning을 참 좋아합니다. 이번 <Antifragile>에서 "더 부어 gasoline on fire/ 불길 속에 다시 날아 risin'"이란 부분 기억나시죠?
이 불꽃은 르세라핌 서사에서 "desire"와 연결되나 봅니다. 르세라핌은 저 아름답게 타오르는 불꽃이 "faction"(거짓, 허구)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입니다. 여담으로, "faction"에서 "fac-"은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manufacture(제작/제조하다)"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세요! 아무튼 르세라핌은 자기의 열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2번째 미니앨범의 스토리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네요!
에스파와 르세라핌, 쟁쟁한 4세대 걸그룹들입니다. 이 둘이 수록곡에서 같은 소재로 만나다니, 참 흥미로운 우연이었습니다. 더 흥미로웠던 건, 에스파는 자신들이 도깨비 불이였고, 르세라핌은 도깨비 불에게 홀리는 대상이었다는 것. 마치 서로 맞춘 듯말입니다. 세계관 대통합이려나요?
<Blue Flame> 하니깐 아스트로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ㅎㅎ. 그러면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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